돈을 건넸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는 같은 결과를 두고도, 법은 그 돈이 어떤 이름으로 건너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안내합니다. 어떤 경우는 횡령죄가, 어떤 경우는 사기가 검토되고, 또 어떤 경우는 형사 사건이 아니라 민사상 돈을 갚지 않은 문제로 남습니다. 이 글은 빌린 돈, 맡긴 돈, 대신 받은 돈을 나란히 놓고 그 경계가 어디서 생기는지 비교합니다.
갈림길은 '소유권이 넘어갔는가'
세 경우를 가르는 첫 질문은 돈을 건넨 순간 소유권이 상대에게 넘어갔느냐입니다. 횡령은 남의 재물을 맡은 사람이 저지르는 죄이므로, 돈이 이미 상대의 것이 되었다면 상대가 그 돈을 어디에 쓰든 횡령의 문은 닫힙니다. 반대로 소유권이 여전히 건넨 사람에게 있다면 상대는 그 돈을 맡아 둔 사람이 됩니다.
| 건넨 방식 | 소유권 | 돌려받지 못할 때 주로 검토되는 것 |
|---|---|---|
| 빌려준 돈(소비대차) | 빌린 사람에게 넘어감 | 채무불이행(민사), 처음부터 속였다면 사기 |
| 용도를 정해 맡긴 돈 | 맡긴 사람에게 남음 | 횡령 |
| 대신 받아 준 돈(위임) | 부탁한 사람 | 횡령 |
| 잘못 보낸 돈(착오송금) | 보낸 사람 | 알면서 썼다면 횡령 |
이 표는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사건에서는 건넬 때의 약속이 무엇이었는지가 표의 어느 칸에 들어갈지를 정합니다. 같은 송금이라도 당사자들이 어떤 말을 주고받았느냐에 따라 칸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빌려준 돈: 대부분 민사, 때로는 사기
민법 제598조는 소비대차를 금전 같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같은 종류와 양으로 돌려받기로 하는 약정으로 정합니다. 빌려준 돈은 빌린 사람의 돈이 되므로, 갚지 않는다고 해서 횡령이 되지는 않습니다. 빌려줄 때 "가게 인테리어에 쓴다"는 용도를 들었더라도, 돈을 빌려준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같은 결론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으면서 그런 것처럼 꾸며 돈을 빌렸다면 사기가 검토됩니다. 이때 법원이 들여다보는 시점은 돈을 빌리던 바로 그 무렵입니다. 1996년 대법원 판결(95도3034)은 빌릴 때 갚을 마음도 있었고 갚을 형편도 됐다면, 나중에 사정이 나빠져 돈을 못 갚게 되더라도 그것은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민사 문제라고 정리했습니다. 사기로 인정되면 형의 틀도 달라집니다. 2025년 12월에 고쳐진 형법 제347조는 사기의 징역 상한을 20년, 벌금 상한을 5천만 원으로 올려 두었기 때문에, 같은 금액이라도 횡령보다 훨씬 무거운 범위 안에서 형이 정해집니다.
맡긴 돈: 용도가 정해졌는지가 열쇠
민법 제693조의 임치는 돈이나 물건의 보관을 맡기고 상대가 이를 승낙하는 계약입니다. 다만 돈은 다른 돈과 섞이면 구별이 어려워, 보관을 맡긴 돈이라도 어떤 약속이었는지가 따져집니다. 특정한 쓰임새를 정해 맡긴 돈이라면 그 용도로 쓰기 전까지는 맡긴 사람의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모임 회비, 동업 자금, 여행 경비처럼 쓰임새가 정해진 돈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맡긴 돈을 정해진 용도 밖에 쓰면 횡령죄가 검토됩니다. 이 경우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징역이면 5년, 벌금이면 1천500만 원이 넘을 수 없는 선이 됩니다. 사기와 비교하면 상한이 낮지만, 돈의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발이 전혀 다른 죄라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공동 자금이 걸린 경우는 모임 회비를 다룬 문서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대신 받은 돈과 잘못 받은 돈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물건값이나 공사 대금을 대신 받아 준 경우, 받은 돈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부탁한 사람의 것으로 봅니다. 민법 제684조가 위임받은 사람에게 일을 처리하며 받은 금전을 넘겨줄 의무를 지우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받아 준 사람이 이 돈을 자기 용도로 쓰면 횡령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잘못 송금된 돈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약속이 없는 경우입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받은 사람에게 그 돈을 보낸 사람 몫으로 지켜 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2010도891, 2010년 선고). 두 경우 모두 "내 계좌에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이유로 들어왔는가"가 결론을 정합니다.
비교해 보면 보이는 준비 방향
어느 칸에 해당하는지 다투어질 때 가장 중요한 자료는 돈을 건넬 때의 기록입니다. 이체 메모에 '대여'라고 적었는지, '회비'나 '대금'이라고 적었는지, 메신저에서 "빌려줄게"라고 했는지 "맡아 줘"라고 했는지가 판단의 실마리가 됩니다. 차용증이 있다면 빌려준 돈 쪽으로, 용도를 정한 약정서가 있다면 맡긴 돈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이자를 주고받았는지, 갚을 날짜를 정했는지도 빌려준 돈이었음을 보여 주는 사정이 됩니다. 양쪽이 무엇을 모아야 하는지는 기록 정리 문서에, 그 밖의 질문은 횡령죄 안내 첫 화면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빌려준 돈인데 상대가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빌릴 당시 상대가 한 말과 재산 상태,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빌렸는지 같은 사정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빌려준 당시의 대화를 먼저 정리해 두세요.
Q. 차용증 없이 송금만 했다면 빌려준 돈인지 맡긴 돈인지 어떻게 가리나요?
A. 송금 전후의 대화, 이체 메모, 그동안 이자를 주고받았는지 같은 사정을 함께 봅니다. 한쪽 기록만으로 단정하기보다 시간 순서로 모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598조(소비대차)·제684조 제1항·제693조(임치), 형법 제347조(2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2025. 12. 23. 개정)·제355조 제1항(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 대법원 95도3034(1996. 3. 26.)·2010도891(2010. 12. 9.)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