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빌린 노트북, 지인에게 잠시 빌린 차량, 매달 사용료를 내는 렌털 정수기처럼 빌려 쓰는 물건은 생활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거나 중고로 팔아 버리면 빌려준 쪽은 횡령죄를 떠올리게 됩니다. 빌린 물건이 어떤 계약으로 넘어왔는지, 돌려주지 않은 데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빌린 '물건'과 빌린 '돈'은 다르게 다뤄집니다
같은 '빌렸다'는 말이라도 법은 두 가지를 구분합니다. 민법 제609조의 사용대차는 물건을 대가 없이 빌려 쓴 뒤 그 물건 자체를 돌려주기로 하는 계약이고, 제618조의 임대차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계약입니다. 두 경우 모두 물건의 소유권은 빌려준 사람에게 그대로 남고, 빌린 사람은 정해진 대로 쓰고 돌려줄 의무를 집니다.
반면 제598조의 소비대차는 돈이나 쌀처럼 같은 종류로 대신 갚을 수 있는 물건의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나중에 같은 양으로 돌려받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문제가 대부분 횡령이 아닌 채무 문제로 다뤄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빌린 노트북이나 차량은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으므로, 빌린 사람은 남의 물건을 맡아 둔 보관자의 지위에 서게 됩니다.
| 구분 | 소유권 | 돌려줄 것 | 처분했을 때 주로 검토되는 것 |
|---|---|---|---|
| 사용대차(무상) | 빌려준 사람 | 그 물건 자체 | 횡령 |
| 임대차(렌털 등) | 빌려준 사람 | 그 물건 자체 | 횡령 |
| 소비대차(금전 등) | 빌린 사람 | 같은 종류·수량 | 채무불이행 |
팔거나 담보로 맡긴 경우
빌린 물건을 중고 거래로 팔거나 전당포에 맡기는 것은 주인만 할 수 있는 처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행동이 확인되면 횡령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렌털 제품이나 리스 차량을 계약 기간 중에 넘겨 버린 경우도 같은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산 사람이 그 사정을 몰랐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따로 정리되어야 하므로, 누구에게 언제 얼마에 넘겼는지도 확인 대상이 됩니다.
자동차처럼 등록 제도가 있는 물건은 판단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등록 명의자가 누구인지, 실제로 차값을 낸 사람과 명의자가 다른지에 따라 누구를 소유자로 볼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이 문제라면 자동차등록원부와 매매·대여 계약서를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돌려 달라는데 내주지 않는 경우
물건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갖고만 있으면서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법은 이런 반환 거부도 횡령과 같은 조문에 두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반환을 거부한 이유와 태도를 살펴, 그것이 주인의 권리를 부정하고 자기 것처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인지를 따집니다.
예를 들어 빌린 물건을 고치느라 비용을 들였는데 그 비용을 정산받을 때까지 잠시 보관하겠다고 한 경우, 빌려준 사람과 다른 거래에서 정산할 돈이 남아 있어 함께 정리하자고 한 경우처럼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락을 끊고 "그런 물건 받은 적 없다"고 하거나, 원래 자기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반환 거부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빌려준 쪽이라면 반환을 요구한 날짜와 방법, 상대의 답변을 남겨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문자나 메신저로 "언제까지 돌려 달라"는 요청을 분명히 보내고, 그에 대한 반응을 저장해 두세요. 빌린 쪽이라면 돌려주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때 그 사유를 상대에게 분명히 알리고 기록을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기록 정리의 세부는 양쪽이 정리할 기록 문서에 모아 두었습니다.
돌려줄 때가 지났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반환 거부를 따지려면 먼저 돌려줄 시기가 왔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민법 제613조는 무상으로 빌린 물건을 약속한 때에 돌려주도록 하고, 따로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빌린 목적에 따른 사용이 끝났을 때 돌려주도록 정합니다. 또 쓰기에 충분한 기간이 지났다면 빌려준 사람이 언제든 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 작품 마감까지만 쓰겠다"며 노트북을 빌렸다면 마감이 지난 시점부터 반환 요구가 힘을 얻게 됩니다.
렌털이나 리스처럼 사용료를 내는 계약은 기간이 끝나거나 사용료가 밀려 계약이 해지되면 물건을 돌려줘야 합니다. 회사가 회수를 요청했는데도 연락을 피하거나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지 않으면 반환 거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금을 둘러싸고 회사와 다툼이 있어 반환 방법을 협의하던 중이었다면, 그 협의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반환 시기가 지났는지는 횡령죄 판단에서도 출발점이 되므로, 계약서의 기간과 해지 통지 날짜를 먼저 확인해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빌린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횡령인가요?
A. 잃어버린 것은 자기 것처럼 처분한 것과 다르므로 보통은 손해를 물어 주는 민사 문제로 다뤄집니다. 다만 분실했다는 설명이 사실인지가 다퉈질 수 있으니 분실 신고 기록 등을 남겨 두세요.
Q. 돌려 달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반환 거부가 되나요?
A. 반환 거부는 반환 요구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분하지 않고 갖고만 있는 상황이라면 먼저 분명하게 반환을 요청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
빌린 물건은 소유권이 빌려준 사람에게 남아 있어, 팔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빌린 돈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점, 반환 거부에는 이유와 태도가 함께 따져진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같은 주제의 다른 질문은 첫 화면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355조 제1항(횡령·반환 거부), 민법 제598조(소비대차)·제609조(사용대차)·제613조(차용물의 반환시기)·제618조(임대차)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